무더운 여름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입니다. 비디오 게임 시장 또한 데스스트랜딩2 이후 약간 신작의 가뭄이 있는 시기였습니다. 그렇게 출시되고 플레이하기 시작한 명말: 공허의 깃털(Wuchang: Fallen Feathers), 이번 포스팅은 명말 엔딩 후기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초반 인상은 좋지 않았지만 후반부는 어떻게 될까 궁금하기도 해서 엔딩까지 달려보았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게임이라는 것은 결국 개인 취향입니다. 한 개인이 원하는 세계가 어떻게 구현됐느냐에 따라 플레이어는 이에 호기심을 느끼고 구매에 직결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비교적 다수가 갈구하는 세계가 구현될 때 하나의 게임은 많은 대중들의 선택을 받고 좋은 평가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명말: 공허의 깃털(Wuchang: Fallen Feathers)은 이러한 점에서 결코 대중적인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다소 매니악하게 구성된 스테이지와 기타 게임 구성은 결코 게임 내내 다수의 유저를 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워낙에 요즘 소울라이크를 기반으로 출시되는 작품들이 많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짙은 스콜라 향의 게임을 출시한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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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력이 떨어지면 회복도 하는 심마 |
명말은 마지막까지 빈틈없이 유저들을 괴롭히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아 이제 슬슬 물약도 다 떨어졌는데 화톳불(쉼터, 정비소: 게임 내 명칭 - 제단)이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도 명말은 이를 절대 용서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 때부터 약 2배가량의 힘든 진행이 더 이어졌을 때 비로소 화톳불(쉼터, 정비소: 게임 내 명칭 - 제단)을 마주하게 되는데 놀랍게도 이 화톳불이 가짜인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체력도 부족하고 더 이상 전투를 이어나갈 수 없고 먼 길을 이어와서 고생고생 도달했는데 이러한 유저를 붙잡고 바닥으로 내동댕이 치며 그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는 약오름의 극한을 보여줍니다. 대체로 구간이 길고 여정이 힘든 구간일수록 오히려 이런 기믹이 더욱 높은 확률로 존재해서 인상이 더욱 좋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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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적 뻔한 기믹의 예시 |
화톳불(제단) 뿐만이 아니라 기타 몬스터의 배치, 기믹들도 악의가 굉장히 진하게 뭍어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류의 게임을 하다 보면 소위 눈치라는 것이 생기게 되는데 예를 들어 전방에 몬스터가 하나만 보이는데 너무나 쉽게 등을 내어주고 있습니다. 조금 살며시 다가가서 카메라를 회전해 보면 아니나 다를까 카메라의 사각에 뻔뻔하게 잠복하고 있습니다. 또는 아무리 살펴봐도 뭔가 허전할 때는 위를 보시면 됩니다. 그러면 뱀이나 거미류 등의 몬스터가 아주 교묘하게 숨어있는 모습이 자주 관찰됩니다. 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쎈 일반 몬스터는 이제 그만 나와줬으면 좋겠는데 당당히도 길목에 서있다거나, 2마리 이상으로 배치를 시켜놓는다거나 하는데 심지어 이런 녀석들이 잠복으로 공격을 시도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기타 건물 외벽에서 유저를 낙사시키거나 상태 이상을 누적시켜 강제로 죽음에 이르는 기믹 등 다양한 요소들로 호흡을 조절하지 않고 유저들을 마지막까지 괴롭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불편한 것이 소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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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태 이상 : 동상 |
혹자는 얘기합니다. 이런 진짜 불편한 요소야말로 소울라이크의 본질이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말이죠. 이에 저는 반만 동의합니다. 불편한 요소는 어디까지나 도전 욕구를 자극시키고 성취감을 부여할 수 있는 장치로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명말의 경우 정도가 매우 지나쳤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불편한 요소를 어디까지 정의하느냐에 따라 입장이 갈릴 수 있겠지요. 저 역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꽤 많은 액션 게임과 소울 라이크의 게임을 접했지만 이렇게까지 고의적으로 유저를 철저히 괴롭히기 위한 게임은 처음 봤습니다. 이 장르를 처음에 접했을 때는 신박했죠. 유저 머리 꼭대기에 존재하는 적 몬스터가 있다? 때론 등 뒤에서 나타난다거나 오르막길에 궁수들이 다수 배치되어 있는 길을 지나가야 한다거나 상태 이상을 지독하게 거는 녀석들이 괴롭히는 게임이라뇨. 직접 마주했을 때의 그 불합리함,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때론 이를 정복하고 싶은 도전 욕구와 모험심이 솟아나기도 합니다. 그런 몬스터에게 당하면서 방법을 찾고 성장해나가는 자신을 보면서 유저에게 성취감을 심어주는 소울라이크는 어느새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았고 대중적인 트렌드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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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앞으로 가라며... |
그러나 한 명의 게이머로서 지켜봤을 때 명말의 이런 소울(혹은 스콜라)적인 요소는 너무 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엔딩까지의 감상은 명말은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다."라는 느낌이 굉장히 강했고 시종일관 플레이어를 괴롭혔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설산 스테이지를 들을 수 있는데 보통 이러한 함정 요소를 배치할 때는 인지할 수 있는 경우를 그렇게 많이 두지 않습니다. 최근에 나온 카잔을 예로 들자면 한 원숭이가 대놓고 등 뒤를 내어주어 멀쩡한 길인 척 하는데 가까이 다가가게 되면 바닥이 붕괴되는 낙사하는 구간이 존재합니다. 그리고는 한동안 똑같은 기믹이 나오지 않고 나중에 한 번 더 나오긴 하나 이미 학습한 유저는 또 속지 않도록 적어도 티를 내게 배치를 합니다. 또는 이상하게 몬스터들이 출현하지 않고 계속 정적인 공간에서는 저 멀리서 반짝이고 있는 아이템이 수상하게 느껴진다 싶으면 거의 100% 확률로 원숭이들이 매달려 있어서 주우러 가는 유저를 발로 차서 낙사시켜버리는 기믹이 존재하는 것으로 계속 유저들을 직, 간접적으로 학습시키며 어느 정도 호흡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그럼에도 피로감을 느끼는 유저분들도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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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병주제에 쉽게 잡혀주지도 않는다. |
이렇게 특정 구간별로 나름의 정도(?)를 지키며 유저를 괴롭히는 맛은 유저에게 도전적인 욕구를 심어주고 플레이 자극을 심어주기도 하는데 명말의 구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설산 구간을 얘기해 보자면 설산 구간 시작부터 끝까지 바닥에 대부분의 지뢰 함정이 배치되어 있고 데미지도 무시 못하는 데다가(거의 체력의 1/3이 날라감), 설산 구간에서 있는 것 그 자체로 동상이라는 상태 이상이 계속 누적됩니다. 이 상태 이상에 걸리게 되면 순간적인 경직과 함께 스테미나의 반토막이 날라가게 되며 플레이어는 쉽게 행동할 수 없게 됩니다.
물론 몬스터를 통해 드랍하는 아이템을 통해 대체로 쉽게 동상이라는 상태 이상을 대처할 수 있지만 여기에 뇌절은 그치지 않죠. 저 멀리 높은 곳에서 폭탄 화살을 날리는 궁병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단순 궁병뿐만이 아니라 설산 스테이지 자체의 기믹이 폭발 몬스터가 무한정으로 리젠 되어 이를 해체하고 나가야 하는 것을 주요 특징으로 하고 있는데, 여기에 또 뇌절 한 스푼을 더해서 대포를 쏘는 적도 등장합니다. 아니 세상에 천막 안에 대포를 숨겨두는 상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겁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그래도 지금 크게 지적받고 있는 다운 시간과 관련해서 지나치게 긴 감이 있는데, 한 번 지뢰를 밟아서 데미지를 입은 캐릭터가 다운되고 거기에 궁수나 대포의 데미지가 들어오고 앞에서는 유저를 발견한 폭발형 몬스터가 뛰어오고 있다고 상상한다면 정말 끔찍한 상황의 대환장 콜라보가 일어나게 되며 대부분의 유저는 탐험의 욕구를 상실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러한 괴롭힘은 설산 구간에서 최고조를 찍다가 서서히 내려오긴 하는데 마지막 스테이지는 다른 의미로 굉장했습니다. 마지막 스테이지가 거의 최고조의 넓이를 자랑하는 분량을 보여주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이게 이렇게까지 길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광활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명말 게임 전반적으로 다음 챕터에 들어갈수록 노골적으로 제단과 제단 간의 배치가 길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갈수록 설산보다 기믹은 비교적 단순화되지만 모험의 피로도는 오히려 더욱 높아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나 명말은 과도하게 많은 갈림길로 유저들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그 길의 끝도 제법 긴 데다가 비교적 유의미한 아이템을 배치해 놓아서 수집을 좋아하는 저조차도 지겨운 감상에 들게 할 정도로 맵이 넓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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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다짜고짜 의심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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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게 죽어주지도 않는다. |
이렇게 불편한 점은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최고조를 찍게 됩니다. 결국 특정한 장치를 기동시키면 끝나는 구조로 되어있는데 "이렇게 쉽게 끝나버리는 것이 괘씸하니까 맵을 넓혀야지."라는 제작진의 의도가 다분하게 느껴지는 맵 구성으로 이루어졌으며 숏컷 구간에 배치되어 있는 엘리베이터 속도는 정말이지 최악의 속도를 보여주었고 뇌절의 뇌절을 거듭한 엘리트 몬스터급을 연속적으로 배치하며 "히히 못 가!"수준으로 끝까지 유저를 괴롭혔습니다.
물론 마지막까지 도달한 뒤에는 노골적으로 노가다가 수월할 수 있도록 잠자는 몬스터를 다중 배치해 놓기도 했지만 거기까지 도달하기가 지나칠 정도로 피로하게 설계되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탐험심이 전혀 솟아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오기로만 지속해나가는 나의 모습을 보며 언젠가 온라인 게임의 숙제만 연달아 하고있던 저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액션의 재미는 충실한가?
앞에 서술한 대부분은 탐험 요소에 대해 지적을 했지만, 결국 액션 게임은 액션이 재밌으면 적어도 반은 먹고 들어가기도 합니다. 허나 개인적으로는 액션 부분 또한 그렇게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생각보다 다양한 무기 가짓수와 스킬, 타 소울 장르와는 차별되는 노드를 통한 성장 구조, 심마 시스템 등의 독자적인 요소들은 플러스적 요소가 될 수 있었음에도 플레이적으로 유의미하게 다가오지는 못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무기 가짓수가 5가지가 됨에도 불구하고 사용처가 제법 분명하게 갈리고 제작자는 이를 바꿔가며 쓸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장검의 경우 패링이라는 스킬을 배울 수 있지만 패링 자체가 무기를 든 상대한테만 한정된다는 것, 창의 경우는 생각보다 느린 공격 속도라서 빠른 공격에 대처가 거의 불가능하고 회피 플레이가 다소 강요된다는 점, 한손검의 경우 특별한 것은 없지만 대부분의 노드가 주술 스텟으로 구성되어 있어 스타일이 강요된다는 점 등 시각적으로는 다채로워 보이지만 결국 제작자의 의도대로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밸런스가 조절되어 있어서 구성의 한계를 보여주었습니다.
심마 시스템은 솔직히 없어도 되는 시스템을 독자적인 면을 부각하기 위해 채용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존재 의미를 알 수 없었으며 단지 괴롭힘의 요소로서만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였습니다. P의 거짓에서는 무기 내구도를 전투 중간중간에 스스로 수리해야 되는 독자적인 시스템을 보여주는 것처럼 뭔가 유저 눈길을 사로잡으면서도 밸런스를 해치지 않을 것이 필요했는데 고심 끝에 채용한 것이 심마 시스템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흥미를 자극할 요소도, 어떤 플레이적 이점이나 상상력을 자극할 요소로도 제대로 작용한 것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타격감에 대해서도 솔직히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습니다. 특히 사운드, 애니메이션 관련해서 그렇게 매끄럽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사운드 관련해서는 패링이 주력인 게임에서나 경쾌하고 묵직한 사운드가 필요하지 않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무기를 휘두를 때라든지 뒤잡 등을 통한 페이탈 어택을 시도할 때 나오는 사운드 등은 차마 들어주기 힘들 정도로 그래픽과 괴리감이 조금 심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적응의 문제와 취향의 문제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것과 더불어 텍스쳐의 뭉개짐 현상도 좋지 못했습니다. 이 게임의 강점인 캐릭터를, 오직 캐릭터만을 살리기 위해 최적화를 위해서 텍스쳐의 뭉개짐을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이펙트의 텍스쳐만 플스에서 과도하게 뭉개지는 현상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재밌는 게임
저도 수많은 게임을 해왔지만 모든 게임을 해 본 것은 아닙니다. 제가 소울장르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세키로라는 작품이 제일 컸으며 그전에 제작된 게임들은 거의 해보지 않았습니다. 세키로의 가드와 패링을 통한 하이 템포의 전투 시스템은 굉장히 만족스러웠고 그 이후에 플레이한 게임들은 대체로 어느정도 편의성을 수용하고 출시된 게임들이었습니다. 따라서 고전 다크소울을 즐겼던 유저분들에게서는 생각보다 할 만하고 나름 괜찮다는 반응도 일부 존재하고 반갑게 느껴진다고도 합니다. 반면에 필자처럼 약간 대중적이거나 원 장르에서 벗어난 변형된 형태의 소울라이크를 주로 즐긴 사람들에게는 저와 비슷하게 그렇게 좋지 못한 경험을 하실 수 있으므로 이 점 고려해서 플레이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총평[6.5] - 허울 좋은 개살구
결국 불편함이 소울라이크의 본질이다! 라고 한다면은 저의 개인적인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불편함은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하며 개인적으로는 소울라이크가 대중적으로 작용한 핵심은 레벨 디자인에 있지 불편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울라이크의 레벨 디자인이 장비 파밍을 통해 성장을 유도하고 그로 인한 스펙 상승으로 유저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구성되는 기존의 액션, RPG 게임 방식들과는 차별적으로 작용한 것이 대중화된 것에 가장 큰 이유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출시하는 게임들은 대체로 이러한 레벨 디자인을 베이스로 하여 자기들만의 고유한 특징들을 섞어서 게임을 출시하는 반면, 명말은 좀 더 고전적인 향이 짙게 밴 형태로 출시되었고 결과적으로 저에게 있어 명말은 좋은 경험으로 남지 않았고 다소 불쾌한 경험으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초기 감상보다 0.5점이 늘어난 이유는 이런 저의 평가와는 다르게 그래도 날림으로 완성되지 않고 마지막까지 완성을 위해 분투했다는 점이 게임 여기저기서 눈에 보였고(후반으로 갈수록 배경 퀄리티가 급상승), 과정은 굉장히 까다롭고 복잡하게 설계해 놓았지만 NPC 간의 퀘스트도 스케일이 제법 컸기에 정성이 느껴지긴 했습니다. 직접 제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별개지만요. 숨겨진 요소들도 분량이 제법 있어서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만 역시 호불호에 따라 플레이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네요. 어찌 보면 제작진의 욕심이 과했다고 해석해 볼 수도 있을 테고, 다른 한편으로 한 명의 플레이어인 제가 사실은 그다지 소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도 해석해 볼 수 있을 테죠. 결과적으로 명말은 저에겐 그저 캐릭터만 만족감을 주는 그저 그런 게임이어서 아쉬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