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신화: 오공(Black Myth: Wukong) 뒤늦은 직접 플레이 후기(리뷰)

 

이번에 리뷰할 게임은 작년에 발매되어 최근에 첫번째 세일을 진행한 검은 신화: 오공(Black Myth: Wukong)입니다. 이 게임은 출시때부터 눈도장을 찍고 있다가 먼저 찍먹해본 사람들의 말과, 각종 정보들을 취합해 봤을때 그렇게 호감으로 다가오지 않아서 벼르고 있다가 어떻게 짬이 나서 이제서야 하게 된 게임입니다. 서유기라는 고전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임이며, 엄청난 그래픽과 방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최근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유행하고 있는 소울류 스타일의 전투를 기반으로 만든 RPG 게임입니다. 최근에 유저들은 일방적으로 내가 유리한 게임을 선호하지 않고 상호작용이 강한 게임을 원하는 추세입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고요. 어느 순간 프롬 소프트웨어 사의 다크 소울이라는 게임부터 시작하여 하나의 트렌드가 정착하기 시작하더니 이를 기반으로 많은 게임사들이 소울의 전투스타일을 베이스로 하여 각각의 변형을 시도하여 자사들만의 색깔을 넣는 것이 유행이 되기 시작하였고 이는 향후 몇년 간 지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공 역시도 이러한 게임 중 하나기도 하며 중국에서 선사하는 첫번째 AAA급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게임의 특징

이 게임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소울류의 전투를 베이스로 만든 게임입니다. 기본적으로 소울류의 전투스타일은 묵직한 느낌을 바탕으로 공방의 나눔을 하는 것이 주요 매커니즘인데, 오공은 그렇진 않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가드와 패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초반에는 오로지 회피를 기반으로 전투를 진행하다가 차츰 해금되는 자신의 스킬과 80 여종의 다양한 보스몬스터를 처치하며 얻을 수 있는 50 여종의 다양한 요괴스킬(혼백), 그리고 법보라 하여 각 메인 퀘스트의 진행으로 얻을 수 있는 그 지역의 보물, 약 10 여종의 몬스터로 둔갑할 수 있는 변신스킬까지 더하여 오로지 공격 - 회피로 이어질 수 있는 단조로운 구조에 변화를 모색한 게임입니다. 무려 80 여종의 보스몬스터가 존재하여 엘든링을 제외하고는 아마 최다 종류의 보스 볼륨을 자랑하는 게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여기에 더해서 기본적인 봉술 콤보 외에도 3가지 종류의 봉술 스타일이 존재합니다. 벽곤, 입곤, 착곤이라고 하여 게임 중에도 플스기준 좌측 십자키 버튼으로 자유롭게 전환이 가능하며, 벽곤은 무난한 돌진 스타일의 강력한 봉술, 입곤은 봉에 올라타서 지상의 공격을 모두 회피하는 말그대로 낭만 그득한 스킬(심지어 스킬을 찍으면 굉장히 높이 올라가며, 봉 위에서 술 마시기도 가능 ㅋㅋ), 착곤은 거리를 벌리며 장거리에서 봉으로 찌르는 것을 주요 베이스로 삼고 있습니다. 벽곤 스타일에서는 기존 소울류나 묵직한 게임들에 항상 존재하는 패링처럼, 적 공격 타이밍에 맞춰서 강한 공격을 시전할 시 상대방의 공격을 상쇄하는 '간파' 스킬과 착곤 스타일에서도 마찬가지로 공격 타이밍에 맞춰 강한 공격을 시전할 시 기화술로 회피하여 강한 공격을 찌르는 스킬(가벼운 몸놀림)들은 소울 망자들(?)의 갈증을 어느정도 만족시킬 수 있는 전투 방식으로서 존재하기도 합니다. 또한 게임을 진행하면서 특정 조건을 만족하게 되면 쓸 수 있는 타입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만나면 반갑다고 쿵떡쿵떡~떡쿵떡쿵~(혼백 요괴 이름 ㅋㅋㅋ)

이후 정지술과 함께 L2 봉돌리기로 우측 하단의 봉술 게이지 빠르게 축적

분신술과 함께 차지 공격


법술 또한 재미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상대방을 정지시키며 일방적으로 팰 수 있는 정지술, 내 몸을 단단한 바위로 만들어 평범한 공격을 튕겨내는 바위술, 그리고 분신을 남겨두고 은신하는 기화술, 똥손들을 위한 안식술, 그리고 낭만 가득한 다중 분신 소환술 등 다양한 법술이 존재하며, 다회차시 해금되는 패시브 스킬을 통해 분신 소환술 중에 내 봉술을 모방하는 아주 재미난 매커니즘의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변신술은 처음에는 불속성의 광지부터 시작하여 3장의 대장간의 호랑이, 비밀 퀘스트 클리어 시 용으로도 변신이 가능하여 다양한 스킬을 쓸 수 있습니다. 총 10여 종으로 변신이 가능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비, 술, 담금주, 혼백과 조합하여 자기만의 독특한 조합으로 각종 속성 플레이를 하거나 등의 변칙적인 플레이 또한 가능합니다. 

이 게임의 회복 수단은 기본적으로 호리병을 통해 회복하며 호리병 자체의 속성이 있고, 여기에 어떤 술을 담느냐에 따라 술 자체 고유의 속성이 존재하며, 술의 특성에 따라 담금주(부가 옵션)의 갯수가 최대 4개까지도 변경할 수 있어 다양한 조합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을 기반으로 한 전투가 주는 경험은 개인적으로 패링을 굉장히 좋아하기에 다소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을 다양한 방식으로 메꿔주고 있어서 생각보다 만족감은 높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이 게임의 최고의 강점은 이러한 전투방식보다는 1회차 기준 40~60시간의 풍부한 분량의 세계관을 모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일품이었습니다.


스토리

개인적으로 스토리라인에 대해서는 다소 아쉽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게임의 시간선은 고전소설 서유기 이후의 시간대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리고 서유기를 모르고 읽는다면 그냥 나쁜 곰 혼내주고 웬 사막 쥐 혼내주고, 땡중 혼내주러가는 그렇고 그런 스토리로밖에 이해할 수 없습니다. 뭔가 내용이 좀 심오함을 담고 있다면 2회차에서도 스토리를 스킵하지 않고 최대한 이해하려는 편인데 서유기를 잘 모르는 저를 2회차에 들어서서 이해시킬 수 있는 범주는 매우 제한적이었고 결국 여러 검색들로 인해 퍼즐을 짜맞추는 방법으로밖에 스토리의 찝찝함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1장 : 곰을 때려주었다.

2장 : 사막 쥐를 때려주었다.

3장 : 눈오는 나라의 웬 노출증 땡중을 때려주었다.

4장 : 거미왕을 때려주었다.

5장 : 웬 빨갛게 생긴 못생긴 놈이 갑자기 튀어나와 나의 기분이 매우 나빴다.

(PC질인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

6장 : 우리 겜 근두운도 탈 수 있음.ㅋ 이제 게임 끝내야 겠지?


서유기의 배경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냥 이러한 플롯을 가진 보스전이 겁나 많은 보스 때려잡는 게임으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사실 대부분의 게이머에겐 이 부분만 충분히 만족시켜줘도 큰 문제는 안되지요. 그러나 우스갯소리로 개그도 설명이 필요하면 실패한 개그라는 말이 있잖습니까? 오공의 스토리 또한 그렇습니다. 따라서 저는 개인적으로 검은 신화 오공의 스토리 라인은 불호에 해당하였으며 실패한 내러티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설명이 없으면 이해할 수가 없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글로벌 출시 게임임에도 이렇게 출시를 한 이유는 내수시장이 큰 이유도 있고 그쪽 안에서는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대체로 이해도가 남다르겠지만 글로벌적으로 유효한 수단은 아니지 싶습니다. 

불교적 사상, 도가적 사상을 비롯하여 원작 소설과의 이해도에 따라 오공의 스토리는 나름 매우 심오한 질문을 던지며 소설과의 연계를 통해 독자적인 해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어 경우에 따라 명작으로 까지도 쳐줄 수 있는 레벨이기는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는 오공의 스토리를 이해할 수 없기에, 다시 정신을 차려서 객관적 입장에서 살펴본다면 결코 좋은 내러티브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게임도 마찬가지지만 스토리 또한 1차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담고있는 방식은 이 검은신화 오공이라는 작품 내에서 누구나 충분히 추론할 수 있고 이해가 가능한 범주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이 게임은 그런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고 다소 불친절한 방식으로 진행되며 소위 말하는 예술병 말기에 가까운 형식의 스토리를 보여주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명작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그렇게 큰 점수를 주지는 못하겠더라구요. 


그 외

이러한 배경요소들은 아마 고스트 쓰시마 이후로 최고의 퀄리티를 뽐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듦

오공의 스토리 방식과 더불어 이 게임의 단점으로 지목받는 것 중 하나가 히든 퀘스트 요소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입니다. 뭐 하기 전에 꼭 A라는 퀘스트가 선행되어야 한다든가, B라는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특정 진행도를 넘거나 미리 방문하면 진행이 안된다든가 하는 요소들이 굉장히 많은 편입니다. 그렇다고 이것을 게임내의 별도 퀘스트 항목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알아서 해야하고 힌트도 딱히 주어지지 않습니다. (일부 NPC의 추상적인 표현이 존재하긴 합니다만 단지 그것을 근거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대기는 쉽지가 않죠.)

게다가 개인적으로 정말 별로라고 생각하는 점은 해당 장을 플레이 한 이후의 지난 장에서 월드에 나타나는 변화가 일부 존재하여 수집요소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입니다. 또한 일부 수집요소에서는 랜덤성이 존재하며 심지어 씨앗의 경우에는 같은 나무에서 노가다를 하려면 게임 자체의 시간이 흘러야 하기 때문에 굳이 따로 신경을 써야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지도에 각각 수집요소들이 기록되는 형태도 아니죠.(본인이 직접 기록할 수 있는 형태이기는 합니다만...) 그리고 최고의 불편함은 명도차가 너무 심해 화면이 너무 쨍해서 어두운 장소에서는 내 모습이 전혀 안보인다는 점과, 이동할 수 있는 부분과 이동할 수 없는 부분 사이의 구분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갈 수 없을 것 같은 곳은 갈 수 있게 해놓고, 정작 이거 당연히 넘어갈 수 있는 곳인 것 같은데 넘어갈 수 없다든가 하는 부분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미스가 아닌가 합니다. 지도마저 없었다면 답답해서 쓰러졌을지도 모르겠네요... 조금 찾아보니 맵조차 나중에 추가된 요소인 것 같더라고요.


총평[8.5]



이러니 저러니 해도 중국에서 시도한 AAA급 첫번째 타이틀이기도 한 게임이며, 단점을 열심히 나열했지만 강점만큼은 확실한 게임으로 해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평균 플레이 타임은 1회차 기준 40~50시간 정도로 예상되며 오공만이 선사하는 '모험'의 재미만큼은 엘든링 외에는 거의 최고가 아닐까 합니다. 히든 보스, 히든 퀘스트 등으로 숨겨진 요소가 많아 피로하기는 하지만 의도 자체가 이렇게 설계된 게임이기 때문에 비밀스럽고 은밀한 설화의 비밀을 파헤치는 느낌으로 이해하면 모험의 재미로 읽힐 수 있어 재미가 배가 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전투는 평범함을 탈피하여 독자적인 스타일로 재해석을 하고있지만 여전히 호불호의 영역은 존재하는 게임입니다. 화려한 그래픽을 통해 동양의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지만 스토리 적으로는 다소 한쪽으로 치우쳐 좋은 경험을 주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건 게임을 하면서 모든 텍스트를 한 번이라도 읽는 본인같은 유저에게나 해당하지 크게 문제될 정도로 지장을 주는 영역은 아니며 마찬가지로 그냥 고전소설의 한페이지를 감상하는 정도의 느낌으로 봐도 무난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추가로 개성넘치는 애니메이션 표현은 덤이고요.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중국 게임에 대한 편견이 있는데, 고유 명사를 많이 사용하는 감이 있고, 플레이어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서술 구조가 아니라 기본적인 이해를 전제로 하여 이야기가 전개되고 경우에 따라 자기들만 아는 얘기를 떠드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버릇이 있는데 이 두 가지는 여전히 버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 점이 많이 아쉬웠고 부각되다 보니 예술병에 걸린 듯한 완결이 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스토리의 진짜 의미를 알게되면 왜 그런식의 배치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결말을 이렇게 냈는지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지만 게임 내에서 알 수 있는 단서가 너무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스토리적으로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기에 큰 기대는 접어두고 플레이 하시길 권장드리며 오공만이 가지고 있는 봉술의 액션과 다양한 탐험의 재미, 다양한 요괴들, 화려한 동양적 풍경과 아름다움 등에 포커스를 두고 플레이 하시면 꽤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는 타이틀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저 이 게임도 카잔과 마찬가지로 본인들만이 살릴 수 있는 강점만을 충분히 살린 게임으로 알아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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